처음 멕시코를 도착한날 몬테레이의 하늘은 온통 회색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강렬했던 그 인상은 머릿속에 자리 잡아 좀처럼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공사장 인부의 굳게 맞물린 입술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하얀 담배연기는 도시를 바라보는 나의 두 눈을 가로 막았고, 공사장 연기와 맞물린 담배연기는 도시에 남아있는 나무와 숲을 잠식하고 있었다. 수분기하나 없는 공기는 공사장 인부의 주름을 더욱 깊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의욕이란 단어가 사라진 것 같은 도시속에 있자니 나도 그들의 일부가 될 것 같아 두 발을 더욱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타지에서의 삶이 고단했던 것인지 멕시코에서의 삶에 적응을 한 것 인지 바삐 움직이던 두 발은 방향을 잃어 갔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건조한 공기 속에서 눈뜬 그날 멕시코는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다시 돌아왔다. GTE프로그램의 일정으로 찾아간 조그만 집 속의 작은 아코디언 음악회는 나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몬테레이에서 태어난 그 예술가는 5살 버스정류장에서 지나가는 버스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아코디언 소리에 연주자의 꿈을 쫒아갔다. 같은 공간에서 의욕을 잃어가던 나와 달리 그는 희망을 찾아 가고 있었다.
연주와 함께 감긴 그의 눈은 나의 마음을 열어 놓았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그가 해온 노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오롯이 연주에만 그의 모습은 모든 이를 흘러나오는 아코디언 연주로 끌어당겼다.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바라본 멕시코는 완전히 달랐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에 손가락 장단을 맞추는 택시기사와 콜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며 잡담을 나누는 거리의 인부들 모두에게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거리는 희망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만 그걸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GTE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진정한 몬테레이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대학수업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준 GTE프로그램에 큰 감사함을 느낀다. 혼자 여행을 왔거나 교환학생으로 왔다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을 알게 되었다. 우수한 여러 가지 교내 프로그램 사이에서도 이 GTE프로그램만큼은 계속 지속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성자: 서승일
0 개의 댓글:
댓글 쓰기